경북 한우, 전남 한과, 강원 감자 등 실패한 특산물 브랜드의 공통된 문제와 교훈

지역 특산물 브랜드화

특산물 브랜드화, 왜 중요한가

지역 특산물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한 지역의 정체성과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특히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농어촌 지자체들에게 브랜드화는 지역 경제를 살릴 유일한 해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70% 이상이 ‘지역 농식품 브랜드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CI 개발, 포장디자인 개선, 홍보마케팅 등을 진행한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리 저조한 경우가 많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거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거나, 유통채널이 확보되지 않으면 오히려 지역 생산자들에게 피해만 주는 경우도 있다.


실패한 사례 ① 경북 ‘O한우’의 품질과 가격 간 괴리

경상북도 모 지자체는 2018년 ‘O한우’ 브랜드를 론칭하며 지역 한우 농가를 중심으로 연간 1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몇 년 뒤 사업은 유명무실해졌고, 대부분의 축산 농가들은 기존 브랜드로 다시 회귀했다. 실패의 원인은 ‘품질 기준 미정’과 ‘가격 정책의 비현실성’이었다. 브랜드명만 붙였을 뿐 품질 통제 시스템이 없어 맛이나 육질의 일관성이 떨어졌고, 가격은 전국 평균보다 20% 이상 비싸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유통망 확보도 부족해 오프라인 위주 판매로만 한정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


실패한 사례 ② 전남 ‘전통한과’, 과잉 포장과 소비 트렌드 불일치

전라남도의 한 군에서는 ‘전통한과’를 지역 대표 브랜드로 키우고자 전국 박람회, 백화점 납품 등을 추진했지만 수요는 미미했다. 문제는 소비자의 니즈와 전혀 맞지 않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과도한 포장과 높은 가격, 유통기한 문제로 대량 소비가 어려웠으며, 현대 소비자가 선호하는 건강식·저당 제품 트렌드와 맞지 않았다. 게다가 ‘한과’는 전국적으로 흔한 품목이기 때문에 ‘전남 한과’만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못했다. 결국 브랜드 자체는 사라지고, 개별 업체만 생존하거나 사라지는 결과로 끝났다.


실패를 막기 위한 조건: 차별성·유통·참여의 3요소

특산물 브랜드화의 핵심은 ‘지역만의 차별성’, ‘지속 가능한 유통 채널’, ‘생산자와 주민의 실질적 참여’에 있다. 단순히 로고나 포장 디자인을 바꾸는 것은 브랜드 전략이 아니다. 상품의 품질 기준을 엄격히 설정하고,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트렌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유통 측면에서는 오프라인 위주의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라이브커머스·SNS 마켓·지역 특화 온라인몰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지역 주민과 생산자들이 이 사업의 진짜 주체로 참여하고, 소비자 피드백을 통해 브랜드를 개선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로컬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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