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바뀌는 시대, 복지 제도는 어떻게 따라가야 할까?

자동화와 일자리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단순 데이터 입력, 콜센터, 회계 보조, 기사 작성 등 수많은 영역이 이미 AI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죠. 특히 ChatGPT, Copilot, AutoGPT 등 생성형 AI는 기존의 블루칼라뿐 아니라 화이트칼라 직종까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존 노동시장 구조와 고용 안전망이 이러한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용보험 시스템은 여전히 전통적 실직(해고나 구조조정)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자동화로 인해 직무가 사라지는 구조적 변화에는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비자발적 전직’의 증가라는 새로운 고용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기존 실업급여 제도의 한계

한국의 실업급여 제도는 주로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며, 실직 후 일정 기간 급여의 60% 내외를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신노동형태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고, 고용 형태가 유연해질수록 사각지대는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AI에 의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 이는 ‘실직’으로 보지 않거나, 직무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직 지원과 직무 재교육 없이 급여만 지급하는 구조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실업급여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발적 퇴사자도 늘고 있어, 기존 복지 시스템만으로는 미래 노동시장 리스크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AI 시대의 실업 대책: 국내외 정책 흐름

세계 각국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복지 정책을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독일의 전환노동소득(TLZ), 캐나다의 스킬 전환 바우처 제도는 모두 AI와 자동화로 인한 구조적 실업 대응 모델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생계지원을 넘어, 직무 재훈련과 전환을 중심에 둔 정책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국민 고용보험제나 ‘디지털 전환 특화 고용센터’ 확대 등을 추진 중입니다. 향후에는 실업급여가 아닌 ‘디지털 전환 소득 보조금’, ‘전환 직종 교육 바우처’, ‘AI 직무 기반 직업훈련 인센티브’와 같은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지 ‘일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일이 바뀌는 시대’를 사는 사람 전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필요한 것은 ‘보호’ 아닌 ‘전환’ 중심의 실업정책

앞으로의 실업 정책은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니라, ‘직업의 재정의와 전환’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예컨대 반복 업무 중심의 직무에서 창의·기획형으로 이동하려면, 기존과 다른 교육 시스템과 생계 보장이 함께 작동해야 하죠. 이런 관점에서 ‘AI 일자리 영향도 평가 시스템’이나 ‘AI-피해 직무 우선 지원제도’ 같은 적극적 고용정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고용보험 제도 역시 플랫폼 노동자, 크리에이터, 1인 사업자 등 비전형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범용성 있는 구조로 개편되어야 하며, 민간 기업에도 일정 책임을 묻는 ‘재직 중 전환교육 의무화’도 논의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AI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가 아닌, ‘사람이 AI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필요한 시대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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